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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있게.”
묵묵히 스타토토사이트 하는 양을 지켜보던 가르시아가 나섰다. 황제마저 손에 넣고 주무르던 여인이다.
심복이 롤토토사이트 만류 따위 그녀의 귀에 제대로 들릴 리가 없었다. 마리나의 앞으로 다가오는 가르시아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흘렀다.
“마리나.”
“내가 내린 롤베팅 그대로 받드는 게 네 놈이 할 일이다. 얼른, 데려오기나 해.”
“마리나……!”
가르시아가 롤배팅 말든, 말을 걸든 말든 마리나의 시선은 오로지 문 쪽으로 걸어가는 심복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내린 스타베팅 수행하겠다고 대답하는 것 외에는 정말 아무 대답도 듣지 않겠다는 듯 마리나의 표정은 단호하기만 했다.
“딴지나 걸려거든 롤드컵토토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라도 짓는 편이 나을 거다. 밭이나 일, 일구고 살 놈을 데려다 보화를 만지게 해 주었더니 주,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구나. 롤토토 내가 내리는 명령에 입을 대는 것이야. 괘씸한 놈.”
“마리나, 그만.”
숨이 차는지 마리나는 몇 스타토토 말을 멈추고 호흡을 골랐다. 해서는 안 될 금기에 손을 대고 그 대가로 이런 몰골을 얻었으면서 또다시 그 금기를 행하려 하다니.
자신이 지금 어떤 홀덤사이트 하고 있는지 잊어버렸는지 온라인홀덤 다해 악을 써 대는 마리나의 모습이 그렇게 딱할 수가 없었다. 측은지심을 넘어 언젠가부터는 혐오마저 느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사람은 홀덤사이트 더 악독한 짓을 저질러야 온라인홀덤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이 사람에게 정도라는 게 존재하기나 하던가? 딱딱히 굳어졌던 가르시아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그 모습은 고통에 찬 것 같기도, 혹은 매우 슬픈 것 같기도 했다.
“찾았다는 아이나 얼른 데려와, 가르시아.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그 후로는 무슨 짓을 해도 소용없어.”
“…….”
“왜 대답이 없지? 쿨럭, 쿨럭.”
좀처럼 대답하지 않고 선 가르시아를 향해 마리나가 몸을 지지하고 있던 지팡이를 휘둘렀다.
전혀 위협도 되지 않을 미약한 손짓을 해 보던 그녀는 속에서 차오르는 무언가를 삼키지 못하고 그대로 뱉어 냈다.
괴로운 듯 온몸을 비틀며 마른기침을 하는 마리나의 입에서 끈적한 액체가 분사되듯 터져 나왔고, 피비린내가 곧 온 방 안을 잠식했다.
이제 정말 한계의 한계까지 왔다. 연약해질 대로 연약해진 저 몸이 얼마나 더 금기의 대가를 버텨 낼 수 있을지 모른다.
눈으로도 훤히 보이는 사실을 어찌해서 마리나 혼자만이 인정하지 않는 걸까. 가르시아는 가까스로 혐오감을 걷어 내고 안타까움을 담아 마리나를 마주 보았다.
“아이를 데려와! 데려오란 말이다!”
“……분부하신 대로.”
어차피 그가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대신할 것이다. 가르시아는 그런 상황을 너무도 많이 보아 왔다. 만류해 보려던 것을 포기하고 가르시아는 이내 너머의 문지기에게 신호를 보냈다.
끼이. 문이 열렸다. 저벅, 저벅. 무거운 발소리가 고요한 실내를 울린다. 안으로 들어선 이는 커다란 남자와 그의 허리춤에도 오지 않을 작달막한 키의 어린아이였다.
“여자아이이냐?”
어린아이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마리나의 얼굴에 희열 같은 것이 잠시 깃들었다 사라졌다.
저 어리고 연약한 생명을 그저 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사용할 수단으로만 여기다니.
아마도 그녀에게 앞으로 남은 세상은 오로지 지옥뿐일 것이다. 혹은 이미 지옥에 발을 담갔는지도 모르지. 가르시아가 착잡한 한숨을 흘렸다.
“이제 6살이 된 아이입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들어온 심복은 가르시아의 곁에 아이를 남겨두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6살. 부모의 품에서 마냥 사랑받으며 자라나야 할 어린아이는 영문도 모르는 채로 두 눈을 끔뻑끔뻑, 안을 둘러볼 뿐이었다.
“마리나. 경고하지만, 또다시 죄악을 행하는 건…….”
“이리 오거라, 아이야.”
가르시아의 말을 귀담아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애초부터 없는 사람인 양 그를 취급하는 마리나는 오로지 아이에게로 온 시선과 관심을 집중했다.
스스로를 가리기 위해 어둠 속에 숨어든 그녀가 자진해서 불을 켜도록 지시하고는 아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흠결 없는 순수한 제물. 다년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그 조건에 가장 잘 들어맞는 건 어린 여자아이였다. 태생이 고결하면 더욱 좋겠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아이를 훑어보던 마리나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이의 손과 발에 난 자잘한 상처들 때문이었다.
“내가 분명, 흠결 없는 어린아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숨소리가 다시 거칠어졌다.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외양에도 포함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심복이 찾아 데려온 아이는 손과 발에 상처가 가득했다.
아마도 신발 하나 사 신을 형편도 되지 않아 길거리 어딘가를 맨발로 배회했던 모양이었다.
아이의 상처를 발견한 마리나는 그 즉시로 패악질을 다시 시작했다.
“이런 상처투성이 더러운 아이로 무엇을 하라는 소리냐! 멍청한 것들, ‘흠결 하나 없이’라는 말을 이해하는 놈이 없는 게야? 흠결이 없어야 한다고, 어떤 조그마한 흠결도……!”
광인처럼 악을 써 대는 마리나의 모습에 아이는 그만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그녀에게 손을 붙들린 채로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다 급기야는 제 발에 걸려 뒤로 넘어지고야 말았다.
“이 더러운 아이를 당장 내 눈앞에서 치워라!”
“으, 으아앙.”
끝끝내 아이에게서 울음이 터졌다. 마리나의 패악질에 어쩔 줄을 몰라 허둥대며 선 심복을 밀어내고 가르시아가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쉬이. 괜찮다. 뚝.”
달래 보려는 그의 나긋한 목소리에도 아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마리나의 호통보다는, 그녀의 흉측한 모습 탓일 가능성이 컸다.
사람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괴이한 형상. 태어나 처음 보는 ‘저주받은 자’의 모습은 성인에게도 충격을 안겨 줄 만한데, 하물며 이제 6살이 된 어린아이에게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계속 울어 대는 아이의 손을 잡고 가르시아는 방을 빠져나갔다. 문밖으로 나서는 그의 등 뒤로 마리나의 악에 받친 고함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어쩌면 이 아이에게 상처가 많은 것이 다행일지도 몰랐다. 이 아이에게도, 마리나에게도. 이미 저지른 수많은 악행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죗값을 치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 더는 죄를 저지르지 않는 편이 그나마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최고의 속죄가 아닐까. 가르시아가 소매를 잡아당겨 아이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 * *
때아닌 황실 수사대의 수색으로 아분과 디웨스 상단은 온통 난리가 났다.
이전까지는 토스쿠르 대공을 등에 업고서 모든 수사를 피해 왔기에, 이번 역시 그러리라 생각한 상단주는 알브레히트 대공의 인장이 찍힌 수색 영장을 보고서 아연실색하여 자리에 엎어졌다.
기사단이 들이닥치던 순간에 재빨리 자리를 피한 눈치 빠른 상단의 실무관은 그대로 토스쿠르 대공에게 달려갔다.
‘아분 상단이 공격을 받았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실무관의 보고를 웃으며 묵살하려던 스틸리코는, 알브레히트 대공께서 수색 허가증을 발급하셨다는 뒤이은 보고에 곧바로 웃음을 지우고 프란츠에게 향했다.
곧 있을 선제후 투표를 대비해 회의를 소집했던 프란츠는 스틸리코의 보고에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달려갔다.
<건방진 놈들. 감히 누구의 상단에 손을 대는 것이냐.>
분노를 곱으며 프란츠는 아분 상단의 핵심 정보들이 보관된 사무실로 향했다. 그의 염려대로, 그리고 들은 보고대로 금빛 견장을 단 기사들이 사무실을 통째로 뒤집어엎고 있었다.
